자글 2024/구름 2024

[ 상시 절전모드 인간 ] 2024. 8. 25. 구름

자글_JAGEUL 2024. 9. 6. 17:01


 어느 순간부터, 짐작해보자면 중학생 때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잠을 잘 못 잔 시절부터 나의 체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이래로 시간이 많아서 운동을 열심히 했던 대학교 저학년 시절 말고는 쭉 체력이 좋지 않다. 원래도 근육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가만히 놔두면 근육은 사라져버린다. 

 나는 하루종일 에너지를 발산하며 생활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그 최고성능모드 인간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상시 절전모드를 켜고 있다. 소란스러울 만한 일에는 한 발 빼고 지켜보는 편이고, 여름에도 추위에 떨다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옷을 두껍게 껴입고 있으며, 말소리도 조용조용하게 낸다. 항상 최단루트를 계산하고, 걸을 수 있다면 뛰지 않으며, 취미생활은 핸드폰으로 한다.

 나는 가용 에너지 자체도 적지만, 한 번에 소모할 수 있는 에너지도 적다. 아마 작정하고 열심히 뭔가 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드라마틱한 효과는 낼 수 없다. 내가 갑자기 30키로 바벨을 들게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의지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만큼 활동적이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중에서 좀 마음에 걸리는 절전모드의 단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뢰하는 동료, 친구, 애인이 나를 거들어줄 것 같으면, 곧바로 쉽게 그들에게 나의 결정권한을 의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도 어플을 켜고 맛집을 찾아갈 때, 내 친구가 지도 어플을 켜면 나는 그때부터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따라가기만 한다. 멋진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도 동반자가 알아서 잘 해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전권을 맡겨버린다. 사실상 내 인생의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방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절전모드의 단점은 또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 같다. 개인 헬스지도 계약, 당근마켓에서의 거래 등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거래관계가 존재하는데, 말하자면 ‘호구’가 잘 되는 것 같다. 남에게 의탁하던 버릇이 들어 자기 의지를 똑바로 표출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에너지가 적다는 이유로 머리도 쉬엄쉬엄 굴린다면, 지성인이 되기는 그르게 된다. 바로 이런 점도 포함한 많은 합리적인 이유로, 십 수년간 나의 다이어리에는 ‘체력 성장 프로젝트’ 및 ‘제시간에 잘 자기 프로젝트’가 빠지지 않고 적혔다. 이렇게 오래 실패를 거듭할 줄은 몰랐다.

 올해가 또 여덟 달 가량 지나갔다… 쉽지 않겠지만, 작은 의지를 모아 꼭 올해는 체력을 기르기를 바란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