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1) 썸네일형 리스트형 [ 글 탐방-2 ] 2024. 9. 29. 호박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엔 몸이 무겁고 찌뿌둥한 느낌이 든다. 잠을 충분히 자고 밥도 잘 챙겨 먹어도 그런 걸 보면 체력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이 많은 일을 해낸 후에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지가 분명하고, 가는 길이 짧을수록 발걸음은 경쾌해지는 법이니까. 앞으로 올바르게 나아가려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그 길을 계속해서 의심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의심마저도 올바른 의심인지를 다시 의심한다. 아직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시절일 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목적지와 방향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어깨 위에 막연히 있다고 생각하던 무게를 실제로 느끼는 날이 있다. 물 먹은 솜처럼 정말 몸이 무거워지는 날,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문을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