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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글 2024/구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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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미술관 투어 ] 2024. 9. 15. 구름 미술관과 박물관을 향유한 팍히 여행기를 소개한다. 7박8일로 다녀온 여행으로, 첫날은 여행지에서 노트북 켜고 일하다가 저녁시간에 꾸물거리며 나갔다. 이 먼 유럽 대륙에서 나 혼자 심지어 비까지 오는데, 밥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밖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 연어 스테이크와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비가 좀 들이치는 테라스에서 그 곳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관광객이 엄청 많고, 웨이터는 걱정한 것보다 친절했고, 연어는 맛없었는데 에스프레소는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평소와 정말 다른 풍경에서 나 혼자 있으니, 새 도화지 한 장을 받은 것 같았다. 나의 마음은 혼자서도 씩씩하고 흥미로웠고, 하루 전의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음미하다 보니, 심지어는 몇 년 전의 나를..
[ 상시 절전모드 인간 ] 2024. 8. 25. 구름 어느 순간부터, 짐작해보자면 중학생 때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잠을 잘 못 잔 시절부터 나의 체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이래로 시간이 많아서 운동을 열심히 했던 대학교 저학년 시절 말고는 쭉 체력이 좋지 않다. 원래도 근육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가만히 놔두면 근육은 사라져버린다.  나는 하루종일 에너지를 발산하며 생활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그 최고성능모드 인간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상시 절전모드를 켜고 있다. 소란스러울 만한 일에는 한 발 빼고 지켜보는 편이고, 여름에도 추위에 떨다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옷을 두껍게 껴입고 있으며, 말소리도 조용조용하게 낸다. 항상 최단루트를 계산하고, 걸을 수 있다면 뛰지 않으며, 취미생활은 핸드폰으로 한다. 나는 가용 에너지 자..
[ 워라밸에 있어서, 생활의 정의 ] 2024. 7. 13. 구름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대학교 수업시간에서였다. 경영대 교수님이 “요새 워라밸이라는 말을 쓴다지요?”하면서 워라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게 처음 들은 거였다. 비록 수 년 전 일이지만 나는 그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꽤 시니컬한 스피릿이 있는 영혼이라… ‘work life balance를 워라밸이라고 하다니… 별 걸 다 줄여서 해괴한 언어를 만든다’며 그걸 인용하는 교수님까지도 못미더워했다. 저런 이상한 단어 곧 사라져서 두 번 다시 안 듣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그리고 다시 현재… 워라밸 붕괴라는 것은 일과 생활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나의 직장이 근로시간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
[ 기억할 만한 하루: 미국식 파티 주최자 J의 피곤한 얼굴 ] 2024. 7. 7. 구름 ‘다시는 미국식 파티에 한국인을 초대하지 않겠어…’ 씩씩거리는 J의 목소리로 사교의 장이 끝났다. 서로 잘 아는 학부 친구들 5명에, 잘 모르는 대학원 사람들 3명을 끼워서 만든 술자리였다. J는 이 파티는 망했다며 분해했지만, 어쨌든 초대받은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썩 성공적인 자리였다. 다들 자유롭게 술을 마시거나 마시지 않았고, 데면데면하면서도 화기애애하기는 했다.  이 자리에는 상당한 개성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상형이 이적인 여성과, 이적을 닮았고 코랄색과 아메랄드색을 좋아하는 남성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남성과, 조용히 앉아있다가 계산을 해버리고 간 쾌녀와, 세꼬시를 많이 먹어서 배가 답답하다고 원피스 지퍼를 내려서 등이 파이는 원피스로 만들어버린 여성과, 전날밤 친구집에서 브이로그 ..
[ 뭔지 모르겠으니 공부하자 ] 2024. 6. 22. 구름 나의 존경받는 직장 상사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총명하고 식견이 넓으시다.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 하시냐 여쭈어 보니, 업무적으로 볼 일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NPR(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뉴스를 한시간 반씩 들으신단다… 징글징글하다 생각하고 고개를 젓게 되었다. 천재들이 더 공부를 많이 한다. 또다른 높으신 직장 상사분들과 나눈 대화는 이렇다. 문서를 정확하고 빠르게 한 번 읽을 때 제대로 읽으면 좋지 않으냐고 말씀드렸는데, 아- 아니라고 하신다. 과장 좀 보태서 자신은 100번까지 읽을 때도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거라면서, 많이 읽는 것을 추천하셨다. 오래, 많이 붙잡고 있는 게 좋다는 것이다.돌아돌아 우연히 도달한 나의 직장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
[ 사람찾기 ] 2024. 6. 16. 구름 MBTI는 좋은 화제거리이다. 서로 할 말이 없을 때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하는 계기가 되고 성격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게 된다. 운이 좋으면 그 사람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빠르게 상대방의 취향, 취미, 생각 등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 원래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고 그 결과로 그 사람과 친분을 쌓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통된 화제거리가 없고 대화에서 할 말을 찾지 못하는데도 친분이 쌓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계속 보게 되거나,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이미 질문이 있는 상태이거나, 아주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그런 접점이 전혀 없다면 말이다. 요컨대 사람들 간의 대화는 원래 어렵다. 어떻게 말문..
[ 어느 날의 명상 체험 ] 2024. 5. 26. 구름 명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한 가지에 깊이 집중하는 몰입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머리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몸으로는 온 몸에 느껴지는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지나가게 두는 것이라고 한다. 며칠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때는 한창 직장에서 받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머리를 비워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무언가 흐릿하게 보였다. 왼쪽,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며 눈꺼풀을 조금씩 들었다 내렸다 해본다. 이윽고 눈을 꽉 감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게 셔터를 내려보았다. 그런데 나는 감은 눈 속에서도 여전히 앞 공간을 투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 4. 자기개발 활동의 사치성 ] 2024. 5. 11. 구름 가. 인간의 생산성 개발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같다. 여자와 어린 아이가 인간으로서 성인 남성과 동등한 카테고리에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농업보다는 공업과 서비스업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여자들도 얼마든지 큰 폭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의 고도성에 발 맞추어 어린아이들의 적은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충분히 교육하여서 기술산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말이다. 단순히 인권선언 하나가 쓰인다고 해서 인류의 태도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를 기초로 하는 우리의 생활 환경이 달라졌기에 인간들은 그에 적응하였을 따름이다. 전문화된 기계의 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능력’ 개발이 더 중시된다. 이 사회는 막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