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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글 2024/구름 2024

[ 사람찾기 ] 2024. 6. 16. 구름

 

 MBTI는 좋은 화제거리이다. 서로 할 말이 없을 때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하는 계기가 되고 성격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게 된다. 운이 좋으면 그 사람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빠르게 상대방의 취향, 취미, 생각 등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
 원래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고 그 결과로 그 사람과 친분을 쌓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통된 화제거리가 없고 대화에서 할 말을 찾지 못하는데도 친분이 쌓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계속 보게 되거나,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이미 질문이 있는 상태이거나, 아주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그런 접점이 전혀 없다면 말이다.
 요컨대 사람들 간의 대화는 원래 어렵다. 어떻게 말문을 열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바로 앞에 앉은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대화라는 열쇠를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찾아야만 한다. 그 과정은 어색하기도 해서, 부끄럼쟁이들은 시도할 엄두도 못 내고는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은 매우 다양하고 묘연하다. 우리는 사회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그들은 하나하나가 다른 성격과 인생을 지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떤 대화를 통해 어떤 웃음과 울음을 공유하게 될지 모른다. 셀 수 없는 많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와서 부딪히고 작용을 하고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가까이 붙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부여를 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의미부여를 잃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빠르게 울리는 알람, 매일 올라오는 콘텐츠, 손만 내리면 갱신되는 알고리즘, 빠른 템포로 충격을 선사하고 사라져버리는 내용들… 도파민이 샘솟아 가슴을 쿵쾅대게 만들고 황홀함을 쉽게 느끼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몹시 쉽고 편하다는 게. 우리는 감정과 느낌까지도 빠르게 편리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종종 잊고는 하는 게 아닌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원래 어렵고, 오래 걸리고, 바로 알 수 없고, 특별한 관계는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