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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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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탐방-2 ] 2024. 9. 29. 호박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엔 몸이 무겁고 찌뿌둥한 느낌이 든다. 잠을 충분히 자고 밥도 잘 챙겨 먹어도 그런 걸 보면 체력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이 많은 일을 해낸 후에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지가 분명하고, 가는 길이 짧을수록 발걸음은 경쾌해지는 법이니까. 앞으로 올바르게 나아가려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그 길을 계속해서 의심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의심마저도 올바른 의심인지를 다시 의심한다. 아직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시절일 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목적지와 방향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어깨 위에 막연히 있다고 생각하던 무게를 실제로 느끼는 날이 있다. 물 먹은 솜처럼 정말 몸이 무거워지는 날,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문을 ..
[ 4. 자기개발 활동의 사치성 ] 2024. 5. 11. 구름 가. 인간의 생산성 개발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같다. 여자와 어린 아이가 인간으로서 성인 남성과 동등한 카테고리에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농업보다는 공업과 서비스업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여자들도 얼마든지 큰 폭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의 고도성에 발 맞추어 어린아이들의 적은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충분히 교육하여서 기술산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말이다. 단순히 인권선언 하나가 쓰인다고 해서 인류의 태도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를 기초로 하는 우리의 생활 환경이 달라졌기에 인간들은 그에 적응하였을 따름이다. 전문화된 기계의 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능력’ 개발이 더 중시된다. 이 사회는 막대..
[ 괴상한 버릇 ] 2024. 4. 28. 호박 나의 성격은 초등학교 6학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한창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그때쯤에 자아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도 내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 유년시절의 기질이다. 이제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나의 성격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까다롭고 모나 보인다. 한 번씩 세상에 내보일까 하다가도 이내 잘 숨겨두기로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유용한 사회적 전략 하나를 소개해 본다. 바로 나에게 의견이 없음을 표방하는 것이다.  이청준의 에서 소설가 박준은 남북전쟁에서 어머니와 겪은 일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박준의 고향에 전쟁이 터진 후 한동안 경찰대와 공비가 뒤섞여 마을을 찾아왔는데, 그중 한 명이 집 문을 두드리고 찾아들어 눈앞에 전짓불을 들이밀고 어머니에게 둘 중 누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