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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글 2024/구름 2024

[ 어느 날의 명상 체험 ] 2024. 5. 26. 구름


 명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한 가지에 깊이 집중하는 몰입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머리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몸으로는 온 몸에 느껴지는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지나가게 두는 것이라고 한다.

 며칠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때는 한창 직장에서 받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머리를 비워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무언가 흐릿하게 보였다. 왼쪽,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며 눈꺼풀을 조금씩 들었다 내렸다 해본다. 이윽고 눈을 꽉 감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게 셔터를 내려보았다.

 그런데 나는 감은 눈 속에서도 여전히 앞 공간을 투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감은 눈이 배경화면이 되어 도리어 여러 가지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아서도 보려고 의식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명상의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지도 않아야 했다. 보는 행위를 멈추고, 앞에 무엇이 있는지 그만 생각해야 했다.

 보기를 멈춘 후에는 귀에 소리가 속절없이 주워담아지는 것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소리를 안 들어보려고 했으나 그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자동차 경적 소리, 싸우는 행인들의 언성, 바람의 소리가 크게 들려서 오히려 내 숨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잠시 안 보고, 안 듣는 게 가능하다면 숨 쉬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눈길을 내 흉통 쪽으로 돌려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어떤 이미지가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올챙이처럼 생긴 ‘내 삶’이 ‘미련’이라는 글자가 써진 가격표를 떡 하니 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뒤이어서 내가 오늘 밤 처리했어야 하는 일도 보였고 그 아이에게도 역시 ‘미련’이라고 써진 가격표가 붙어있다.

 그 길로 감각 탐험은 종료하고 처리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자리가 좀 생긴 머리 속에서 그나마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눈을 떴다. 명상에 익숙해져서 더 잘하게 된다면, 내 속의 더 많은 공간을 정리하고 새롭게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