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서 희생이나 양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한국의 수많은 공간이 거의 다 경쟁사회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주 어릴 때 다닌 학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학생의 본질은 최고 서열의 학교에서 자신을 맞아 주도록 시험을 잘 보는 일이었다. 대학교 가면 끝일 줄 알았더니,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인기 많은 직장을 위해 또다시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우리는 보다 높은 위치에서 남들을 내려다보기를 선망하도록 만들어진다.
남들보다 우위에 있고, 남들보다 무엇이든 하나 더 가지는 사람들에게 희생이나 양보는 생소한 개념이다. 희생이나 양보 같은 것을 실천하면서 경쟁사회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머쥐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한참 많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은 기꺼이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생과 양보는, 봉사와 다르다.
그렇지만 이런 경쟁사회조차도 더욱 부유하고 바람직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양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떤 성장하는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보면, 조직이 대조직으로 성장하려면 초창기 멤버들의 헌신이 필요하고, 후배들 역시 그 뜻을 이어 나가야 한다. 그런 헌신은 수 십년의 시간과 체력과 돈을 쏟아 붓는 정도의 것이리라.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히 누군가 그런 희생과 양보를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경쟁과 동시에 희생과 양보를 생각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사회적 처우나 임금을 적게 받고도 공공 필요성이 매우 큰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는 사회에 그 나머지 가치만큼 헌신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그 작업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헌신이 잘 포착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의 작동원리, 사회의 구조, 사회의 범위 따위를 알아야 하는가?
인간은 야생의 동물과 달리 사회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부는) 교통과 통신 등 고도로 발달한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고, 대규모의 생산, 유통, 소비를 통해서 온갖 자극와 편리를 누리며, 좁은 지역 안에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생활을 경험하고 살고 있다. 그 모습을 미시적으로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자기의 할 일을 하면서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또한 인간은 자기 자신의 정체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지능적 존재이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인간 나아가 사회를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자기 자신, 인간, 사회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결코 당연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분절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동반하는 사회적 경험과 반성을 통해 ‘나’는 다른 인간과 구별되는 개성적인 역사와 성격을 쌓게 될 따름이다.
경쟁사회에서 시험을 통해 일률적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측정할 때, 보통 그 기준은 굉장히 획일화되어 있다. 모두가 똑같은 부분을 공부하고, 똑같은 답을 내서, 똑같은 성취를 이루고 기뻐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만 하면, 개성이 생기려다가도 말 것이다. 그런데, 개성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것이 아니다. 개성의 존재를 인지하는 메타인지를 또다른 말로 ‘자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점한 많은 사람들은 기계와의 경쟁을 의식하면서, 인간이 ‘기계보다 더 나은 점’을 찾아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 전에 ‘사회에서 인간으로 사는 법’을 배우자고 하고 싶다. ‘인간다움’을 배움으로써 기계와 다른 무언가가 되어보자고 하고 싶다. 나는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아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고,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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