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글 2024 (31) 썸네일형 리스트형 [ 내 경쟁자는 고양이 ] 2024. 6. 8. 소금빵 #6 귀여운 고양이들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내 인스타에서 돋보기 버튼을 누르면, 동그란 눈, 삐쭉한 귀, 가끔은 예측불가능하고 웃긴 행동들을 일삼는 귀여운 고양이들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채운다. 일상과 인간관계에 지친 나에게 잠깐의 디지털 고양이 구경은 너무나 소중한 힐링의 시간이다. 비록 그 따숩고 복슬한 털을 직접 만져볼 수는 없지만, 햇살을 받으며 세상 평화롭게 누워서 빈둥대는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나의 마음도 평온해진다. 언제든지 귀여운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건 인터넷의 중요한 순기능이다. 만약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따금씩 만나는 시크한 길고양이들이나, 낯선 인간의 만짐을 거부하는 친구네 반려 고양이 정도가 내가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 언젠가부터 가난이 보이지 않는다 ] 2024. 6. 2. 소금빵 #5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가난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학창시절에는 가난이나 불평등을 다룬 글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소설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일제강점기 하층 빈민의 삶을 그린 '운수 좋은 날'이라든가, 극심한 가난 속 가족의 애환을 다룬 윤흥길의 '땔감'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의 나에게 가장 깊은 감명을 주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있었다.그러나 최근 가난과 불평등을 다룬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할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이 아니라 지난 몇 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기생충' 정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는 작품 정도로 확장한다면 '오징어 게임', '조커' 정도가 떠오르고 말 뿐이다. 이.. [ 어느 날의 명상 체험 ] 2024. 5. 26. 구름 명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한 가지에 깊이 집중하는 몰입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머리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몸으로는 온 몸에 느껴지는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지나가게 두는 것이라고 한다. 며칠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때는 한창 직장에서 받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머리를 비워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무언가 흐릿하게 보였다. 왼쪽,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며 눈꺼풀을 조금씩 들었다 내렸다 해본다. 이윽고 눈을 꽉 감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게 셔터를 내려보았다. 그런데 나는 감은 눈 속에서도 여전히 앞 공간을 투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 ] 2024. 5. 25. 호박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 있는 길리 트리왕안이라는 섬으로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물빛이 아름답고 파도가 좋아서 서핑이나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섬이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후로 바다에 들어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원래도 바다에서 나는 동식물 일체를 먹지 못하고, 물비린내도 못 견딘다. 들어가 본 ‘물’이라고는 캐리비안베이가 전부인 내가 해외까지 나가서 바다수영을 한다니, 나는 직접 장비를 끼고 배를 타고 나서서 물로 뛰어들기 전까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적당히 할 만한 경험이라고 기대하던 것도 잠시, 막상 배에서 뛰어내리자 수영은 둘째로 치고 물이라는 공간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위로 하늘이 높은 만큼 아래로 바다가 깊었다.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 [ 요즘 만화 ] 2024. 5. 19. 호박 2022년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자회사 중 네이버웹툰의 미국 IPO 도전을 공식화한 후 네이버웹툰은 지속적으로 미국 기업공개를 위해 치밀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IPO란 비상장기업이 상장하기 전 비공개였던 회사 구조를 공개하고 처음으로 공개 시장에서 일반인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을 위해 회계감사, 기업실사, 상장예비심사, 공모 등의 과정을 거쳐 IPO에 나서는 기업의 규모와 자본에 따라 상장에 성공하고 증시에 새로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네이버의 도전은 네이버웹툰이 네이버 자회사 중에서도 손꼽히게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는 점에 기반한다. 美 IPO와 함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네이버웹툰은 한국에서 자리잡은 수익모델을 기반으로 꾸준히 흑자를 내서 다시 일본, .. [ 친절하고 세심한 글을 쓰자 ] 2024. 5. 18. 소금빵 #4 글쓰기 #3 담백한 표현들로 차근차근 풀어낸 글을 좋아하기에, 글을 쓸 때에도 이런 이상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 위해 애를 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단어들을 가지고서 논리적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쓴 글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글의 소재가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글의 구조가 너무 단조롭다거나 과하게 설명적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내 글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과 조바심도 있지만, 내 글이 독자들이 재밌고 흥미롭게 읽을 만한 글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안 설 때도 많다. 요리사들도 요리를 하면서 맛을 계속 보다보면 자기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간이 센지 싱거운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많듯이 말이다. 반면, 툭툭 던.. [ 비겁한 글은 쓰지 말아야지 ] 2024. 5. 12. 소금빵 #3 글쓰기 #2 담백하고 일상적인 단어들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좋아한다. 평범하면서도 손에 만져질 듯 선명한 심상을 담고 있는 글이나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글이라면 더 좋다.반면 수수께끼 하듯이 의미풀이를 하며 읽어나가야 하는 글은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이런 글들에서 주로 발견되는 모습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문장의 대부분이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단어의 꼬리에 멋대로 ‘~적’, ‘~화’ ‘~성’ 같은 것을 붙여서 추상화시키거나, ‘난도질’, ‘중심에 ~가 있다’, ‘점철되다’ 같은 은유적인 단어들이 그렇다. 필자만이 알고 있는 맥락 속에서 사용되던 추상적 단어를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글에 끌어오거나, 좀 더 정확하게 섬세한 표현으로 관계를 설.. [ 4. 자기개발 활동의 사치성 ] 2024. 5. 11. 구름 가. 인간의 생산성 개발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같다. 여자와 어린 아이가 인간으로서 성인 남성과 동등한 카테고리에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농업보다는 공업과 서비스업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여자들도 얼마든지 큰 폭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의 고도성에 발 맞추어 어린아이들의 적은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충분히 교육하여서 기술산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말이다. 단순히 인권선언 하나가 쓰인다고 해서 인류의 태도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를 기초로 하는 우리의 생활 환경이 달라졌기에 인간들은 그에 적응하였을 따름이다. 전문화된 기계의 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능력’ 개발이 더 중시된다. 이 사회는 막대..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