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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겁한 글은 쓰지 말아야지 ] 2024. 5. 12. 소금빵 #3 글쓰기 #2 담백하고 일상적인 단어들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좋아한다. 평범하면서도 손에 만져질 듯 선명한 심상을 담고 있는 글이나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글이라면 더 좋다.반면 수수께끼 하듯이 의미풀이를 하며 읽어나가야 하는 글은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이런 글들에서 주로 발견되는 모습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문장의 대부분이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단어의 꼬리에 멋대로 ‘~적’, ‘~화’ ‘~성’ 같은 것을 붙여서 추상화시키거나, ‘난도질’, ‘중심에 ~가 있다’, ‘점철되다’ 같은 은유적인 단어들이 그렇다. 필자만이 알고 있는 맥락 속에서 사용되던 추상적 단어를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글에 끌어오거나, 좀 더 정확하게 섬세한 표현으로 관계를 설..
[ 4. 자기개발 활동의 사치성 ] 2024. 5. 11. 구름 가. 인간의 생산성 개발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같다. 여자와 어린 아이가 인간으로서 성인 남성과 동등한 카테고리에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농업보다는 공업과 서비스업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여자들도 얼마든지 큰 폭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의 고도성에 발 맞추어 어린아이들의 적은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충분히 교육하여서 기술산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말이다. 단순히 인권선언 하나가 쓰인다고 해서 인류의 태도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를 기초로 하는 우리의 생활 환경이 달라졌기에 인간들은 그에 적응하였을 따름이다. 전문화된 기계의 힘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능력’ 개발이 더 중시된다. 이 사회는 막대..
[ 3. 짧은 요즘 생각 모음 ] 2024. 5. 5. 구름 가. 주말을 보내는 방법학교 다닐 때는 주말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직장에 다니고부터는 평일과 주말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주말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고민했는데, 결국 평일에 못하는 일을 마음껏 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는 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실 가장 큰 건 아주 긴 낮잠인데, 그 다음으로 큰 건 책을 읽거나 전혀 다른 학문을 배우는 것이다. 평일에 내가 하는 일과는 매우 결이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게 된다.주말이 분리되지 않으면 삶이 쳇바퀴 굴러가는 것처럼 똑같이 느껴져서 금방 질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면서 쌓는 경험의 범위가 한정되어서, 자기 분야 밖의 세상의 존재를 알지 못함으로 인하여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게 아닐까 의심..
[ 100년 동안의 전략 ] 2024. 5. 4. 호박 의 저자 러쉬 도시는 바이든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담당했고, 국가안보회의에서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맡은 커트 캠벨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대중국 강경 대응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 책은 지난 100년 동안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전략을 의 순서로 진행시킨 것을 3단계 대전략으로 소개하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을 정리하고 있다. 각 단계는 중국 지도부 및 전략가들이 중국과 미국의 힘의 격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시기는 미국의 힘이 중국에 비해 월등하므로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다(1989~2008년). 냉전 시기 동안 중국과 미국..
[ 괴상한 버릇 ] 2024. 4. 28. 호박 나의 성격은 초등학교 6학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한창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그때쯤에 자아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도 내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 유년시절의 기질이다. 이제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나의 성격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까다롭고 모나 보인다. 한 번씩 세상에 내보일까 하다가도 이내 잘 숨겨두기로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유용한 사회적 전략 하나를 소개해 본다. 바로 나에게 의견이 없음을 표방하는 것이다.  이청준의 에서 소설가 박준은 남북전쟁에서 어머니와 겪은 일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박준의 고향에 전쟁이 터진 후 한동안 경찰대와 공비가 뒤섞여 마을을 찾아왔는데, 그중 한 명이 집 문을 두드리고 찾아들어 눈앞에 전짓불을 들이밀고 어머니에게 둘 중 누구의..
[ 멋있는 글을 쓰고 싶어 ] 2024. 4. 21. 소금빵 #2 글쓰기 #1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A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 다음으로 말하려던 B가 뭐였는지 잊어버릴 때도 있고, 당장 A 얘기를 하는 데 집중하다가 다음으로 말하려던 B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남들과 비교해서 딱히 기억력이 더 나빠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내 머릿속에서도 미처 정리나 구조화가 되지 않은 것을 설명하려고 했던 탓일 수도 있고, 그냥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탓일 수도 있다. (남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에는 보통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특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투두둑 쏟아져나올 때 그것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잡아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꼭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잊어버려서 말하지 못하는..
[ 2. 감각 차이와 훈련에 관하여 ] 2024. 4. 14. 구름 2. 감각 차이와 훈련에 관하여 가. 화가의 눈 스티브 잡스, 존 래시터와 함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만든 에드 캣멀(Ed Catmull)이라는 사람이 있다. 에드는 고등학생 시절 애니메이터를 꿈꿨는데, 미술을 잘하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터가 될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공대로 진학하여 애니메이터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미술, 공학]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예술이란 그림을 잘 그리는 법, 그리고 탁월한 자신만의 표현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끊임없이 ‘보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뿐이다.” 화가의 눈은 특별하다. 위 그..
[ 요즘 표현 ] 2024. 4. 13. 호박 한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서 이런 농담을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말을 ‘돌려막기’ 한다는 것이다.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사진같다고 하고, 사진이 너무 잘 찍히면 그림같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하는 식당에 가면 참 집밥같다고 하고, 집에서 하는 음식이 맛있으면 식당에서 사 먹는 것 같다고 한다. 사람이 예쁘면 그 사람 참 인형같다고 하고, 예쁜 인형에는 진짜 사람같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우스운 이 농담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선 본질에 가까운 것이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림-사진, 인형-사람, 집밥-식당’의 대칭관계는 개념상 정반대는 아닌 대응인데, 요지는 A에게 ‘A같지 않음’의 속성이 부여된 것을 칭찬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